소형모듈원전(SMR) 핵폐기물 처리 문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불편한 진실

얼마 전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SMR은 작고 깔끔하니까 기존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깨끗하지 않나요?” 뉴스에서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이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연일 소개되다 보니 이런 인상을 갖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다’는 것이 반드시 ‘덜 복잡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특히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있어서는요. 2026년 현재, SMR 상용화를 향한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이 질문이 더 날카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함께 그 불편한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small modular reactor nuclear waste management facility

📊 숫자로 보는 SMR 핵폐기물 —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SMR은 전기출력 기준 300MWe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말합니다. 대형 원전(APR-1400 기준 약 1,400MWe)과 비교하면 용량 자체는 훨씬 작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단위 전력당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 발생량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여러 학술 연구에 따르면, 현재 설계 중인 SMR 상당수는 단위 전력(GWh)당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기존 대형 경수로 대비 2~30배까지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는 2022년 스탠퍼드대·MIT 공동 연구팀이 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지적된 내용이에요. 물론 SMR의 설계 방식(경수로형, 고온가스로형, 용융염로형 등)에 따라 수치는 크게 달라집니다만, 단순히 “작으니까 폐기물도 적다”는 논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사용후핵연료(고준위폐기물): 방사성이 매우 높고 수십만 년간 격리 보관이 필요. SMR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 중·저준위폐기물: 냉각수, 필터, 장갑 등 운영 과정에서 발생. SMR은 모듈 교체 방식 특성상 오히려 발생 빈도가 높을 수 있어요.
  • 폐로 폐기물: SMR은 설계 수명(일반적으로 40~60년) 이후 해체 시 방사화된 구조물이 대량 발생합니다.
  • 농축 핵연료 문제: 일부 SMR 설계는 고농축 우라늄(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을 사용해 핵비확산 측면에서도 예민한 문제를 내포합니다.

🌍 국내외 사례 — 현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VOYGR SMR은 NRC 표준 설계 인증을 취득했지만, 2023~2024년 사이 경제성 논란으로 유타주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2026년 현재도 상업 운전에 이르지 못한 상태예요. 핵폐기물 처리 계획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기존 대형 원전과 동일하게 ‘임시 저장 → 최종 처분장 확보’라는 로드맵을 따르고 있는데, 미국조차 아직 고준위폐기물 최종 처분장(유카 마운틴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딜레마입니다.

캐나다: 캐나다 원자력연구소(CNL)를 중심으로 다수의 SMR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온타리오주는 2026년 현재 BWRX-300 도입을 검토 중이며,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캐나다핵연료폐기물기구(NWMO)가 담당합니다. NWMO는 심층처분(Deep Geological Repository, DGR) 부지 선정을 진행 중이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어요.

한국: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개발한 혁신형 SMR인 i-SMR은 2026년 현재 표준설계인가(SDA)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경주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은 운영 중이지만,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은 부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에요. SMR을 확대하면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nuclear spent fuel storage pool dry cask technology

🔍 기술적 해법은 있나요? — 논의되는 대안들

물론 기술 개발 진영에서도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방향이 함께 논의되고 있어요.

  • 폐쇄 핵연료 주기(Closed Fuel Cycle):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회수, 재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채택해온 방식이지만 비용·핵비확산 문제가 따릅니다.
  • 고속로(Fast Reactor) 연계: 일부 SMR 설계(예: 테라파워의 나트륨냉각고속로)는 기존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수십 년이 더 필요할 수 있어요.
  • 심층처분(DGR): 현재 핀란드 온칼로(Onkalo) 처분장이 세계 최초로 운영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수백 미터 지하 암반에 격리하는 방식으로,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최종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 건식 저장(Dry Cask Storage): 냉각이 완료된 사용후핵연료를 특수 금속 용기에 밀봉해 지상 보관하는 방식. 수십 년의 임시방편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임시’가 ‘영구’가 되어버리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 결론 — SMR을 포기하자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SMR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저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에요. 그러나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핵폐기물이라는 ‘뒷감당’에 대한 솔직한 논의를 함께 진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만 넘기는 셈이 된다고 봅니다. 2026년 현재,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SMR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기술 개발 로드맵과 폐기물 처리 로드맵이 반드시 함께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에디터 코멘트 : 소형모듈원전은 ‘소형’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과 달리, 핵폐기물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소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술이 앞서가는 속도만큼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준비가 뒤따라가야 해요. 특히 국내에서 i-SMR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어디에 짓느냐’만큼이나 ‘나오는 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시민 모두가 함께 물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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