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어요. “태양광 패널 달았는데, 흐린 날엔 그냥 한전 쓰더라고. 결국 완전한 탈탄소는 아닌 거잖아.” 이 짧은 푸념이 사실 전 세계 에너지 업계가 수십 년째 붙들고 있는 딜레마를 압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있고, 대형 원전은 건설 기간과 비용이 너무 길고 커요. 그 간극을 메울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SMR(소형모듈원전, Small Modular Reactor)이고, 그 선두에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가 있습니다. 최근 뉴스케일을 둘러싼 상황이 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오늘은 최신 소식을 함께 짚어보려 해요.

📊 뉴스케일 파워, 지금 숫자로 보면 어떤 상황인가요?
뉴스케일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상당히 굵직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유타주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와 함께 추진하던 카본프리 파워 프로젝트(CFPP)가 2023년 11월 공식 취소된 사건이라고 봅니다.
- 당초 계획 발전 용량: 462 MWe (6모듈 기준), 이후 비용 문제로 345 MWe로 축소 조정
- 취소 당시 추산 전력 단가: MWh당 약 89달러 → 최대 119달러까지 상승, 참여 지자체 이탈 가속화
- 뉴스케일 주가(NYSE: SMR): CFPP 취소 발표 직후 단 하루 만에 약 25% 이상 급락
- 인력 구조조정: 2024년 초 전체 직원의 약 28%에 해당하는 인력 감축 단행
- NRC 설계 인증: 2023년 1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세계 최초 SMR 설계 인증(DC) 획득 — 이건 여전히 유효한 성과예요.
숫자만 보면 꽤 어두운 그림이지만, 설계 인증이라는 규제 측면의 성과는 다른 경쟁사들이 아직 넘지 못한 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첫 번째로 규제를 통과한 SMR”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강력한 자산이거든요.
🌍 국내외 사례로 보는 뉴스케일의 현재 포지션
미국 내 CFPP 취소에도 불구하고, 뉴스케일의 글로벌 행보는 오히려 다변화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어요.
🇷🇴 루마니아 — 가장 앞서 있는 해외 프로젝트
루마니아 체르나보다(Cernavodă) 부지에 462 MWe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루마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SNN(Nuclearelectrica)과 뉴스케일이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미국 정부의 DFC(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 자금 지원까지 연계된 프로젝트예요. EU의 에너지 독립 수요와 맞물려 정치적 지지도 탄탄한 편이라 가장 현실적인 첫 번째 해외 상용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폴란드 — 석탄에서 SMR으로의 전환 모델
폴란드는 전통적인 석탄 의존 국가인데, 탈석탄 전환 경로로 SMR을 적극 검토 중이에요. 뉴스케일은 KGHM(폴란드 구리 광산기업)과 협력 협약을 체결한 상태로, 산업용 열 공급과 전력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 한국과의 관계는?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의 핵심 부품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뉴스케일의 VOYGR 모듈 제조에 두산의 기술력이 들어가는 구조인데, 이는 한국 원전 생태계가 SMR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의미 있는 신호라고 봅니다. 단, 아직 직접 건설 계약 단계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해요.

🔍 비용 문제, 왜 반복되는 걸까요?
CFPP 취소의 핵심 원인은 결국 비용 경쟁력이었습니다. SMR이 이론적으로 비용 절감에 유리한 이유는 공장에서 모듈을 사전 제작(prefabrication)한 뒤 현장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실제로는 최초 상용 프로젝트이다 보니 퍼스트무버 비용(first-of-a-kind, FOAK cost)이 엄청나게 붙습니다. 쉽게 말해, 처음 만드는 제품은 늘 비싼 거죠.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부터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구조인데, 문제는 그 “두 번째”가 오기까지 투자자와 참여자들이 기다려줘야 한다는 점이에요.
✅ 현실적으로 우리는 SMR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단기 기대는 낮추되, 장기 포지션은 주목할 것: 2030년대 중반 이전 대규모 상용화는 쉽지 않아 보여요. 하지만 2035~2040년 이후의 에너지 믹스에서는 핵심 역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 투자 관점: 뉴스케일(SMR) 주식은 고위험 성장주에 해당해요. 기술주처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 정책 수혜 가능성: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혜택, EU 그린 택소노미의 원전 포함 결정 등은 SMR 전반에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 경쟁사 동향도 함께 보기: 테라파워(Bill Gates 투자), 카이로스 파워,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 등 경쟁 구도도 형성 중이에요. 뉴스케일이 유일한 플레이어가 아닌 만큼 시장 전체로 시야를 넓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 코멘트 : 뉴스케일의 최근 행보는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 험난한 현실”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오히려 SMR 기술의 성숙 과정이라고 봐요. 우주 산업 초창기에도 로켓은 수도 없이 폭발했지만 결국 재사용 로켓 시대가 열리지 않았나요. CFPP 취소는 뼈아프지만, NRC 설계 인증과 루마니아·폴란드로 이어지는 해외 파이프라인은 “포기”가 아니라 “경로 재설정”에 가깝다고 봅니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SMR은 결국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다만, 그 타이밍을 너무 앞당겨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는 것,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태그: [‘뉴스케일파워’, ‘SMR소형모듈원전’, ‘원자력에너지’,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NuScale’, ‘원전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