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에너지 업계 지인과 커피 한 잔을 나누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분이 말하길, “요즘 SMR 얘기가 너무 많아서 마치 2000년대 초 ‘수소차 붐’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눈빛은 진지했어요. 기대 반, 의구심 반. 사실 저도 비슷한 심정이라 이번에 제대로 한번 파고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SMR, 즉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이 과연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대형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숫자와 사례를 통해 같이 살펴봐요.

① SMR이란 무엇인가 — 기본 개념부터 짚어보기
SMR은 전기 출력 용량이 300MWe(메가와트 전기) 이하인 소형 원자로를 모듈 방식으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라고 봅니다. 기존 대형 원전(APR1400 기준 약 1,400MWe)과 비교하면 규모 자체는 작지만, 공장에서 사전 제작(Pre-fabrication)이 가능해 공기(工期) 단축과 품질 균일화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구조예요.
핵심 경제 논리는 이렇습니다. 원전 건설의 최대 비용 폭탄은 ‘현장 맞춤형 시공’과 ‘공기 지연’인데, SMR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인 거죠.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여 개의 SMR 설계 프로젝트가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② 건설 비용 수치 분석 — 기대와 현실 사이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SMR의 경제성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LCOE(균등화 발전비용, Levelized Cost of Energy)예요. 쉽게 말해 발전소 건설·운영·폐로 비용을 모두 합쳐 kWh당 단가로 환산한 것입니다.
- 기존 대형 원전 (한국 APR1400 기준): 약 60~80달러/MWh 수준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원전 건설 비용이 낮은 편이에요.
- 미국·유럽 대형 원전 (보글, 힝클리 포인트 C 등): 공기 지연과 인건비 급등으로 LCOE가 150~200달러/MWh까지 치솟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 SMR 현재 추정 비용: 미국 에너지부(DOE) 및 OECD NEA의 2025~2026년 보고서를 종합하면, 초기 SMR 프로젝트는 LCOE 기준 약 100~180달러/MWh로 추정돼요. 아직은 대형 원전(특히 아시아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 학습 곡선(Learning Curve) 적용 시 미래 추정치: 동일 설계 기준 10기 이상 반복 건설 시, 비용이 약 30~40% 절감돼 LCOE 70~100달러/MWh 진입이 가능하다는 게 낙관적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 태양광·풍력 LCOE (2026년 기준): 육상 풍력 약 30~50달러/MWh, 유틸리티 태양광 약 25~45달러/MWh. 다만 여기엔 계통 안정화 비용과 ESS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현재 시점에서 SMR은 재생에너지보다는 여전히 비싸고, 한국처럼 대형 원전 건설 역량이 강한 나라에서는 대형 원전과의 비용 경쟁에서도 아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조금 이릅니다.
③ 국내외 SMR 프로젝트 사례 — 어디까지 왔나
[미국 NuScale — 최초의 좌절과 교훈]
NuScale은 SMR 상용화의 선두 주자로 꼽혔지만, 2023년 아이다호 UAMPS 프로젝트가 비용 급등(당초 예상 58달러/MWh → 89달러/MWh 이상)으로 계약 해지됐어요. 이 사건은 SMR 회의론의 근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하지만 NuScale은 루마니아 프로젝트를 포함해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2026년 현재도 설계 허가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에요.
[영국 롤스로이스 SMR]
영국은 롤스로이스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470MWe급 SMR(엄밀히는 소형 원전에 가까운 규모)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영국 정부는 2026년 현재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목표 LCOE는 60파운드/MWh 대 진입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국 i-SMR 프로젝트]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KAERI 주도로 170MWe급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을 진행 중이에요. 2026년 현재 표준설계인가(SDA) 신청을 목표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정부는 2030년대 초 첫 호기 운전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가진 원전 건설 경쟁력(낮은 건설 단가, 숙련 인력)이 SMR에도 적용된다면 글로벌 수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어요.
[중국 링룽 1호 (Linglong One)]
중국 CNNC가 개발한 125MWe급 링룽 1호는 2026년 기준 건설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요. 중국 특유의 국가 주도 속도전이 SMR 분야에서도 먼저 상용 사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④ 경제성을 판단할 때 놓치기 쉬운 변수들
단순히 LCOE 숫자만 보면 SMR의 경제성이 아직 불확실해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에너지 경제학에서는 ‘시스템 가치(System Value)’라는 개념이 있어요. 즉, 특정 발전원이 전력 계통 전체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따지는 거죠.
- 입지 유연성: SMR은 대형 원전보다 부지 요건이 낮아, 노후 석탄 발전소 부지에 대체 건설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요. 기존 계통 연계 인프라를 재활용하면 실질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 부하 추종 능력: 일부 SMR 설계는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플렉서블 베이스로드’ 역할이 가능해요.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가치가 커지는 속성입니다.
- 탄소 가격제의 영향: 유럽 탄소배출권(ETS) 가격이 2026년 현재 톤당 60~80유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탄소 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 기준 LCOE’로 계산하면 SMR의 상대적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전략적 에너지 안보 가치: 순수한 경제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에너지 자립도 및 공급 안정성 측면의 프리미엄도 무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⑤ 현실적인 전망 — 어떤 시나리오가 합리적인가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SMR의 경제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구조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해요.
첫째, 최초 호기(FOAK, First of a Kind) 비용의 거품을 감수하면서도 후속 호기(NOAK, Nth of a Kind)까지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재정 지원 구조가 필요합니다. 둘째, 설계를 표준화해 인허가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협력 체계가 비용 절감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봐요. 셋째, 숙련된 원전 건설 인력과 공급망을 보유한 한국·프랑스 같은 국가가 SMR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디터 코멘트 : SMR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지금 당장의 비용’과 ‘미래의 시스템 가치’ 사이의 선택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NuScale의 실패 사례를 보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건 맞지만, 동시에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현실에서 SMR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것도 무리한 결론이라고 봅니다. 한국처럼 원전 건설 DNA가 있는 나라라면, i-SMR의 초기 비용 부담을 ‘학습비’로 보는 장기적 시각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단,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 [‘SMR’, ‘소형모듈원전’, ‘원전건설비용’, ‘SMR경제성’, ‘i-SMR’, ‘에너지정책2026’, ‘LCOE분석’]